숲
2023년 12월 1일 금 오후 6:59
여기서 아이들이 자랐다.
아이들의 눈은 하늘을 향한다. 숲으로 묶인 나무처럼 하나의 대지에 살며 하나의 계절에서 꿈꾼다. 성장은 독립적인 것이 아님을 알며 몸을 꼼작댈 때는 이웃 가지의 공간을 살핀다. 틈새로 가지를 뻗는다. 누구도 해치지 않게 모두 성장한다.
바닥엔 경쟁적으로 그림자가 지고, 단 하나의 그늘이 되어 땅을 덮는다. 의욕만큼 커다란 이 그늘의 쓸모를 따지는 일이 아이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자란다. 열기를 선망한다. 배운다. 뒤따른다. 아이들의 눈은 꼭 생명을 닮는다. 살아가는 것 자체를 욕망하듯 눈동자는 성장을 좇는다. 자신을 절대 멈춰두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나무는 불안하다. 바람도 방해되지 않는 이 숲의 유일한 재해는 불안이다. 마땅히 자라야 한다는 당위가 스스로를 키우고 있는지 혹은 누르고 있는지를 분간하기엔 시간이 없다.
누군가 튼튼한 긴장을 갖는 그 밤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의 기량을 의심하며 또 누군가는 외면하고 잠에 든다. 성장과 불안은 엉겨 붙은 물감이다. 불안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을 다른 잠에 들게 한다.
그러나 아침에 아이들은 웃는다. 각자의 붓으로 나무를 그리며 함께 떠드는 일을 빼먹지 않는다. 가지 하나 나뭇잎 하나 어젯밤 잠에 들던 색으로 칠한다. 어느 나무도 같은 빛깔이 아니다. 나무 사이로 새가 난다. 겨우 새가 날아서 한낮이 떠들썩하다.
매일의 일과.
여기서 숲이 자랐다.
가지각색 아이들이 단색 꿈을 꾸는 땅.